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수도 캔버라의 러시아 대사관 부지 임대 계약을 파기하자 러시아 외교관이 대사관 부지에 임시 건물을 가져다 놓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23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한 러시아 외교관은 캔버라에 있는 새 러시아 대사관 부지에 이동식 건물을 가져다 놓고 머물고 있다. 현지 경찰이 이 외교관을 감시하고는 있지만, 외교관 면책 특권이 있어 그를 체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앨버니지 총리는 정부가 이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고 법적으로도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캔버라의 잔디 위에서 추위 속에 떨고 있는 이 남자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또 “호주는 우리의 가치와 국가 안보를 지킬 것”이라며 “해당 부지는 안전하고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호주와 러시아는 러시아 대사관 신설 부지를 놓고 그동안 오랜 갈등을 빚었다. 러시아는 2008년 호주 국회 인근에 새 대사관을 짓기 위한 부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에는 대사관 건물 건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건설 방식을 놓고 양국의 갈등이 시작됐다. 러시아는 새 청사 보안을 위해 자국 업체들을 공사에 투입하려 했고, 호주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건설 업체 인력으로 위장해 들어올 수 있다며 막았다.

이후 호주 국가수도청(NCA)은 ‘14년이 지나도록 건립에 진척이 없었다’며 지난해 8월 일방적으로 부지 임대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러시아 대사관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연방 법원이 지난달 러시아 대사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지난 15일 호주 의회는 러시아가 대사관을 의회 근처로 옮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21일 호주인 48명에 대해 러시아 입국을 금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현재 국회에서 더 멀리 떨어진 옛 소련 대사관을 사용하고 있다.